하갇

유하, Endless Waltz

cwgr 2026. 3. 8. 00:04

슬슬 다시 걷기 시작한 이 삶에 익숙해져가고 있다.
조소도 다시 하고 있고, 그걸로 학원 선생님도 됐고, 어쩌다 보니 원수 같던 놈과 함께 지내고 있다.
뭐, 삶은 늘 모르는 거니까. 질긴 줄 안 게 너무나 쉽게 끊어지는 것이었을 때도 있고, 그럼에도 끊어지지 않고 또다시 매듭지어져 계속 이어져가기도 한다. 그렇게 이어져, 여전히 우리들은 살아간다.
언젠가 또 넘어지고, 울고, 끊어질 듯할지라도. 다시 일어나고, 웃고, 매듭지어 나아가는 것이다.

오늘은 야근이었다. 이유가 뭐든, 그게 사회인 거겠지.
하지만 특별했던 건, 피곤한 눈인 채로 한숨을 쉬며 밖으로 나왔을 때 그 눈앞에 비친 게 그 원수 같은 놈이었단 거다.
"끝났냐?"
"응, 졸려."
"빨리 가자."
원랜 택시를 타는 편이다. 근데, 오늘의 나는 변덕스러웠다.
"그냥 걷자."
"졸리다며?"
"걸을래."
귀찮다는 듯 유람은 한숨을 쉬곤 고개를 끄덕였다.

냇가의 주변을 걸어 집으로 갔다. 20분 거리는 적당히 걸을만하고, 차도 별로 없는 지금은 무단횡단도 좀 용서될 것이다. 내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앞서 걸어가고, 유람은 뒤에서 담배를 피우며 천천히 걸어온다.
그러다가 난 하늘을 올려다본다. 비록 도시기에 별이 별로 없지만, 그럼에도 오늘 밤은 다른 밤보다 유난히 별이 빛나는 것 같았다. 그렇게 난 걸음을 잠시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.
뒤에서 들리던 발걸음소리도 멈춘다. 그리고 유람은 담배연기를 한번 뱉고 말한다.
"왜?"
난 대답 대신 하늘을 가리킨다. 유람도 하늘을 올려다본다.
"별이 많아."
"그렇네."
병동은 외진 곳에 있어서 별이 많았다. 뭐, 병동의 밤은 하늘을 보기엔 어렵다.
물론, 한번 본 적이 있다.
"그날 생각난다."
"그날?" 되물은 유람은 이내 고민하다가 생각난 듯 말한다.
"너 탈출한 날? 그러곤 개지랄했지."
"표현이 그게 뭐야. 개지랄이라니."
"맞잖아." 담배를 땅에 버리고 밟는다.
"우리 그때 춤췄잖아." 난 하늘을 보던 것을 멈추고 유람을 본다.
"그랬지." 유람도 나를 본다.
그리고 난 굳이 궁금해할 필요 없을 걸 궁금해하게 된다.
그날, 그때의 그의 눈은 별보다 빛났는데.
"... 야, 백 하얀."
유람은 뭔가 짐작이라도 했단 듯이 침묵을 깨고 날 부른다.
"응?"
"춤출까?"
"......"
그리고 난 기쁘게 미소 지으며,
그래!

유람은 피식 웃고는 내게 다가왔다.
"왼 소매 잡아."
난 유람의 왼 소매를 그의 손을 대신해 잡는다. 그리고 반대손은 유람의 어깨를 잡는다.
유람의 오른손은 내 허리 위에 살포시 올리듯 잡는다.
그리고 우린 별들을 관중으로 정하고, 반주는 우리의 웃음소리로 정한 채 춤을 시작한다.

'하갇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유하, 왈츠댄스  (0) 2026.03.03
하얀 방에 갇혔어요!  (0) 2026.01.01